가짜가 진짜를 덮는다고만 말한 사람이 아니다. 진짜를 판정하는 체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물었던 사람이다.

보드리야르를 모든 것이 가짜라고 주장한 철학자로 기억하면 편리하다. 더는 그의 문장을 읽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편리한 명찰은 그가 분석한 상품의 기호가치와 닮았다. 이름 하나로 지적 깊이를 소유하고, 실제 사유의 수고는 생략한다.

이 글의 목차

인물과 출발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1929–2007)는 프랑스 랭스에서 태어난 사회학자·문화비평가·사상가다. 독일어 교육과 번역·문학 활동을 거쳐 사회학으로 이동했고, 앙리 르페브르의 일상생활 비판과 롤랑 바르트의 기호학에 영향을 받았다. 1966년 낭테르에서 사회학 학위를 마치고 가르치기 시작했다. 초기의 관심은 오늘날 떠올리는 가상현실 장비보다 사물·소비·생활양식·사회적 차이에 가까웠다.1

2004년 European Graduate School에서 책상 앞에 앉아 강의하는 장 보드리야르
장 보드리야르, Saas-Fee의 European Graduate School, 2004-06-12. 사진 Europeangraduateschool, CC BY-SA 2.5 · 출처. 자르지 않고 비율만 축소했다.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라는 분류는 그의 수용사를 가리키지만 그가 언제나 같은 이론을 반복했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에 확인한 인물 자료에는 생일의 일자에 불일치가 있어 출생연도만 확정해 적는다. 확인하지 않은 사망 원인이나 개인적 일화를 생애의 열쇠처럼 덧붙이지 않는다.

소비 - 물건의 쓸모만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의자에 앉기 위해 의자를 사지만 어떤 의자를 가졌는지가 자신과 타인의 생활양식을 구분하기도 한다. 상품은 효용과 가격만이 아니라 지위·세련됨·차별화의 기호를 제공한다. 보드리야르의 초기 작업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만으로 소비를 다 설명할 수 있는지 묻고 기호가치의 문제를 확장한다.2

여기서 비판은 사람들이 허영심이 많다는 도덕적 훈계와 다르다. 실용성만 좇는 검소함도 특정한 계층과 삶의 방식을 구분하는 기호가 될 수 있다. 나는 과시하지 않는다는 태도조차 과시의 언어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소비의 반대편에 서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더 정교한 소비의 기호를 선택하는 역설이다.

이 틀은 철학 독서에도 적용된다. 어려운 책을 실제로 읽는 일과 그 저자의 이름을 내 취향의 표지로 소유하는 일은 다르다. 그러나 둘을 명확히 분리해 나만은 진짜 독자라고 판정하기도 쉽지 않다. 비평은 타인의 허영을 비웃는 자리에서 시작할 수 있지만 거기서 끝날 수는 없다.

생산의 비판에서 생산이라는 기준의 비판으로

초기의 작업을 단순히 마르크스주의에 기호를 추가한 것으로만 설명하면 이후의 이동을 놓친다. 『생산의 거울』에서 그는 마르크스주의도 생산과 노동을 인간과 사회의 중심 척도로 특권화한다고 비판한다. 자본주의와 싸우면서 자본주의가 세운 생산 중심의 문법을 공유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문제다.3

그 뒤 상징적 교환, 죽음, 유혹, 시뮬라시옹과 하이퍼리얼의 논의가 전면에 나온다. 상징적 교환은 단순히 친절한 선물 교환이라는 뜻이 아니다. 등가적 축적과 계산에 환원되지 않는 상호성·도전·되돌림을 사유하는 방향이며, 이 페이지에서는 전문 해설을 대신하지 않는다. 그가 생산의 비판을 떠나 무엇을 긍정하는가는 이후 저작 사이에서도 긴장을 가진다.

보드리야르가 소비와 기호가치에서 상징교환과 시뮬라시옹, 전쟁과 사건으로 이동한 사상의 흐름
연구의 중심 이동을 단순화한 자체 지도. 각 시기에 앞의 문제가 모두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주요 저작과 서로 다른 질문

원저 연도원제와 식별용 한국어중심 질문
1968Le Système des objets / 사물의 체계사물은 생활양식과 소유의 체계를 어떻게 이루는가?
1970La Société de consommation / 소비의 사회소비는 사회적 차이를 어떻게 조직하는가?
1972Pour une critique de l’économie politique du signe / 기호의 정치경제학 비판상품의 기호가치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1973Le Miroir de la production / 생산의 거울생산이라는 척도 자체는 비판에서 자유로운가?
1976L’Échange symbolique et la mort / 상징적 교환과 죽음가치·코드·죽음과 상징적 교환의 관계는 무엇인가?
1981Simulacres et simulation /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모형이 현실성의 조건을 선행하면 어떻게 되는가?
1991La Guerre du Golfe n’a pas eu lieu / 걸프전은 일어나지 않았다전쟁이라는 표상 아래 어떤 폭력과 관리가 수행되는가?

이 표의 한국어는 저작 식별을 위한 통용명·설명명이다. 국내 출간본별 역자·출판사·발행일을 모두 대조한 번역서지 표가 아니다. 『Simulacra and Simulation』의 Sheila Faria Glaser 영어 번역은 1994년이고, 『The Gulf War Did Not Take Place』의 Paul Patton 번역은 1995년이다. 원저와 번역판의 연도를 섞지 않는다.4

Simulacra and Simulation, Jean Baudrillard, Sheila Faria Glaser 번역 영어판 표지
Glaser 영어판 식별용 소형 표지. 1981년 프랑스 초판 표지가 아니다. University of Michigan Press·표지 권리자 권리 유보 · 출판사.

왜 중요하며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가

그의 강점은 이미지가 현실을 얼마나 왜곡했는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무엇이 현실을 판정할 기준을 생산하는지 묻는 데 있다. 언론의 거짓말만 비판하는 대신, 무엇이 중요한 사건으로 선택되고 어떤 결말이 정상성의 증거가 되는지 보게 한다. 디즈니랜드 - 울타리 밖은 현실인가와 워터게이트 - 폭로는 어떻게 체제를 구하는가가 그 차이를 보여준다.

약점은 코드와 시뮬라시옹의 지배를 너무 넓게 말하면 역사적 차이·물질적 원인·행위자의 역량이 흐려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재는 사라졌다는 도발은 강하지만 그 문장만으로 어떤 피해가 발생했고 누가 책임지는지 알 수는 없다. 이론의 총체성이 비판자의 면책특권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5

그를 읽는 가장 나쁜 방식은 모두 가짜라는 비밀번호를 외우는 것이다. 두 번째로 나쁜 방식은 그를 세상이 가짜라고 착각한 황당한 사람으로 치워버리는 것이다. 양쪽 모두 실제 문장을 검토하지 않고 이름의 이미지만 소비한다. 그러므로 원문의 힘과 오류를 함께 읽는다. 디즈니 냉동보존 일화의 사실 오류를 교정하는 일과 디즈니랜드의 경계 논리를 검토하는 일은 동시에 가능하다.

입문 경로

먼저 소비의 사회적 차이를 이해하고 싶다면 『소비의 사회』 또는 『사물의 체계』로 시작한다. 미디어와 현실의 관계가 먼저 궁금하면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을 읽고 1981년 책의 첫 장을 사례별로 따라가면 된다. 전쟁의 제목이 걸린다면 걸프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 사건과 전쟁의 이미지에서 역사·원문·반론을 함께 읽는다.

생산과 가치의 철학적 전환은 『기호의 정치경제학 비판』·『생산의 거울』·『상징적 교환과 죽음』으로 돌아가 살핀다. 이것은 이 안내서의 권장 순서이지 저자가 정한 유일한 교육과정이 아니다. 철학자의 마지막 말을 먼저 외우기보다, 그가 앞서 어떤 설명에 불만을 느꼈는지 복원하는 편이 낫다.

출처와 참고 URL

Footnotes

  1. 1.

    Kellner, SEP, §1과 생애 설명. ↩

  2. 2.

    같은 자료, 초기 저작과 기호가치 논의. ↩

  3. 3.

    같은 자료, 『The Mirror of Production』과 마르크스주의 비판. ↩

  4. 4.

    같은 자료의 서지·Michigan Press·Patton 번역판의 서지. ↩

  5. 5.

    Kellner, SEP, 후기 사상·정치와 비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