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 이론 Ⅱ

끝을 원하지만 곧바로 끝나기를 원하지 않는 독자. 오공을 기다리는 쾌감은 도착의 기쁨만이 아니라 그 기쁨을 욕망할 수 있는 불안을 포함한다.

부재하는 주인공 — 연작의 입구

이 글의 목차

서사 이론 Ⅱ — 지연이 만드는 문체, 욕망, 기쁨

에리히 아우어바흐 『미메시스』 — 지연이 늘 긴장감을 높이는 것은 아니다

에리히 아우어바흐 Mimesis 영어판 표지
아우어바흐, 『미메시스』 영어판. 흉터 인지 장면은 지연이 반드시 긴장을 강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례다. Princeton University Press · 축소 표지 · 출판사.

유명한 문학비평서 『미메시스』(1946)의 첫 장 「오디세우스의 흉터」는 『오디세이아』 제19권의 흉터 인지 장면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아우어바흐는 호메로스의 상세한 외면화와 성서 서술의 생략·배경성을 대비한다. 대학 강의 자료에 수록된 발췌와 해설에서는 호메로스의 여담이 긴장을 높이기보다 풀어주는 효과를 갖는다는 점이 분명히 정리되어 있다.1

이 사례는 중요한 장면을 늦추면 반드시 더 긴장된다는 설명을 반박하는 데 중요하다. 흉터가 드러난 순간에 과거의 사냥 이야기로 돌아가는 서술은 현재의 위기를 잠깐 접어두고, 과거 장면을 충분히 펼쳐 보이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

오공이 없는 장면도 모두 서스펜스 장면이라고 할 수 없다. 코미디, 수련의 일상, 독립적인 회상은 위기를 압축하기보다 휴식이나 설명을 제공할 수도 있다. 따라서 부재라는 사건 조건과, 그 부재를 어떻게 서술했는가를 분리해야 한다.

분석의 경계: 이 문서에서는 아우어바흐의 책 전문이 아니라 대학 자료의 발췌·해설로 해당 논점을 확인했다. 또한 그가 호메로스의 모든 장면에 긴장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는 뜻으로 확대하지 않는다. 특정 문체적 대비를 드래곤볼의 보편 공식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유명한 비평 장면. 『미메시스』의 첫 장은 『오디세이아』 제19권에서 유모 에우리클레이아가 오디세우스의 흉터를 알아보는 장면을 분석한다. 현재의 인지 장면 한가운데에 흉터가 생긴 옛 사냥 이야기가 길게 삽입된다.2

이레네 더 용의 1985년 논문은 흉터 장면과 아우어바흐의 해석을 재검토한다. 출발 자료는 공개 발췌와 서지까지만 확인했지만, 이번 통합 과정에서는 암스테르담대학교 UvA-DARE 공개 사본에서 해당 논문의 본문과 주석을 확인했다. 아우어바흐의 독해를 최종 합의로 제시하지 않는 이유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3

더 용은 흉터의 유래를 들려주는 삽입부를, 흉터를 알아보는 순간 에우리클레이아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회상으로 해석한다. 그 앞뒤의 인지 표현, 유모가 어린 오디세우스의 명명에 참여했다는 사실, 귀환한 소년의 상세한 보고를 근거로 그녀가 이 이야기를 알 수 있다고 논증한다. 따라서 쟁점은 단지 긴장이 커지는가 줄어드는가만이 아니라, 겉으로 전지적 설명처럼 보이는 시간이 누구의 기억일 수 있는가다. 이 후속 연구는 현재를 멈춘 여담과 인물의 관계를 복원하는 시간을 다시 구별하게 한다.4

피터 브룩스 『플롯 읽기』 — 독자는 끝을 원하지만 곧바로 끝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피터 브룩스 Reading for the Plot 표지
브룩스, 『플롯 읽기』. 결말을 향한 욕망과 결말을 지연시키는 시간이 함께 작동한다. Harvard University Press · 축소 표지 · 출판사.

피터 브룩스의 Reading for the Plot(1984)은 플롯을 욕망과 진행의 관점에서 읽는 대표적인 비평서다. 바로니가 소개하는 브룩스의 논점은, 완결에 대한 욕망이 이야기를 움직이지만 그 완결에는 지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술 핸드북도 브룩스를 플롯 연구의 중요한 논의로 다룬다.56

이 관점으로 보면 독자는 오공이 빨리 도착해 동료들을 구하기를 바라면서도, 그 도착이 충분히 무게를 갖는 이야기를 원한다. 갈등이 아무 대가 없이 즉시 해결되면 안도는 얻을 수 있지만 서사적 만족은 작아질 수 있다. 인물의 안전을 바라는 욕망과 이야기가 충분히 전개되기를 바라는 욕망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좋은 지연은 결말을 단순히 뒤로 미루는 것이 아니라, 그 결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꾼다. 피콜로가 오반을 위해 행동하기 전과 후에는 동일한 오공의 도착도 다르게 읽힌다. 기다림의 시간에 관계가 변했기 때문이다.

분석의 경계: 이 설명은 브룩스의 책 전체를 요약한 것이 아니며, 오공에 대한 직접 비평을 발견했다는 뜻도 아니다. 바로니의 인용·해설과 학술 개관을 바탕으로 제한된 논점을 가져온 뒤, 『드래곤볼』에 적용한 것이다.

에슬린의 부조리극: 도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형식이 된다

유명한 비평의 맥락. 마틴 에슬린은 1960년 논문과 1961년 동명 단행본 『부조리극』을 통해 베케트 등을 논하는 대표적인 비평 범주를 제시했다. 인과적으로 진행되어 해결되는 이야기와 다른 반복·정체·언어·행동의 형식이 중요한 관심사다. 여기서는 공개 서지와 개관을 이용하며 유료 원문 전체를 읽었다고 전제하지 않는다.78

오공과 대조하면. 전장에서 오공을 기다리는 시간은 보통 복귀 이후의 행동을 향한다. 반면 『고도를 기다리며』에서는 기다림을 끝내 줄 인물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때 비등장은 아직 해결하지 못한 작법상의 실수가 아니라 작품을 이루는 조건이 된다.

이 비교를 통해 오공의 등장에 숨은 하나의 보증을 볼 수 있다. 지금의 고통이 언젠가 도착과 반전으로 보상될 것이라는 기대다. 베케트는 같은 보증을 제공하지 않는 형식을 취한다. 어느 쪽이 우월하다기보다 두 작품이 관객에게 약속하는 시간의 성격이 다르다.

적용 한계. 기다리는 장면이 나오면 모두 부조리극인 것은 아니다. 또한 고도는 신을 상징한다는 식의 단일한 해독을 에슬린의 범주나 작품 전체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톨킨의 유카타스트로피: 도착이 선사하는 급격한 기쁨

톨킨 On Fairy-stories 확장판 표지
『요정 이야기에 관하여』 현대 확장판. 이 표지가 글에서 확인한 대학 교육용 재입력 PDF의 판면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HarperCollins · 축소 표지 · 출판사.

원래의 개념. 톨킨의 「요정 이야기에 관하여」는 1939년 강연을 바탕으로 1947년 확장되어 출판되었다. eucatastrophe는 이야기의 결정적인 호전과 그 순간의 기쁨을 생각하게 하는 개념이다. 확인한 에필로그는 이러한 기쁨을 논하면서 톨킨 자신의 기독교적 이해로까지 확장한다.9

오공에 적용하면. 리쿰에게 쓰러지던 인물들을 본 뒤 오공의 도착을 보는 순간, 독자가 체험하는 것은 전투력 정보의 갱신만이 아니다. 더는 탈출구가 없어 보이던 상황에 길이 열린다는 기쁨이다. 이런 정서적 전환을 설명하는 데 톨킨의 개념이 유용하다.

다만 모든 늦은 등장이나 모든 역전을 곧바로 유카타스트로피라 부를 필요는 없다. 오공이 와도 위험이 계속되는 프리저전처럼, 도착은 더 큰 싸움의 입구일 수 있다. 특정 장면의 안도와 작품 전체의 구원 구조는 구별해야 한다.

적용 한계. 오공을 기독교적 구원자라고 확정하거나 토리야마가 톨킨의 이론을 따랐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는 절망에서 희망으로의 전환이 주는 형식적·정서적 효과만 비교한다.

정의가 나오는 위안 논의까지 읽으면 비교의 한계는 더 선명해진다. 톨킨에게 유카타스트로피는 단순히 유리한 전세가 되는 순간이 아니라, 슬픔과 실패의 가능성을 남겨 둔 채 최종적 패배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갑작스러운 기쁨으로 경험하게 하는 전환이다. 그 전환은 반복을 당연히 기대할 수 있는 사건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공의 귀환을 예측하면서 즐기는 반복 공식과 완전히 같은 개념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은 구원의 안도라는 정서적 접점을 비교하되, 오공의 매 등장에 톨킨의 이름을 인증 도장처럼 붙이지 않는다.10

브룩스의 완결 욕망을 지젝적인 관점으로 한 번 더 비틀면, 우리가 원하는 것은 도착 자체만이 아니라 도착을 욕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인물의 관점에서는 위험이 빨리 끝나야 한다. 독자의 관점에서는 그 위험이 충분히 경험되어야 한다. 이 불일치를 숨기고 단순히 영웅을 응원한다고 말하면, 우리가 즐기는 배치의 일부가 보이지 않게 된다.

여기서 향유는 등장 장면이 시원하다는 말의 어려운 동의어가 아니다. 안도만을 원한다고 말하면서 안도를 더 강하게 만드는 불안의 반복에도 붙들리는 모순을 가리킨다. 우리는 더 일찍 오지 않은 오공을 탓하지만, 그가 언제나 미리 와 있다면 이 특별한 쾌감을 얻지 못한다. 이것은 모든 실제 독자의 심리를 진단한 결과가 아니라, 장면의 배열과 그 장면에 걸린 상반된 욕망을 읽는 비평적 가설이다.11

관련 읽기

출처와 확인 범위

자료 대조는 기존 원고의 2026-10-01 확인 범위를 유지한다. 2026-10-02의 작업은 분할·중복 정리·디자인 적용이며 원전을 새로 전수 조사했다는 뜻이 아니다. 아래 각주는 이 글의 주장에 사용한 근거이고, 전체 서지·자료의 종류·읽기 순서는 별도 자료 부록에 있다. 원전 확인과 비평적 적용, 팬 토론과 창작자 발언을 구별한다.

Footnotes

  1. 1.

    Philip Irving Mitchell, The Homeric Style / Odysseus’ Scar, Dallas Baptist University. 아우어바흐 발췌·해설. ↩

  2. 2.

    유명 비평 원문 발췌Erich Auerbach, Mimesis, 제1장 Odysseus’ Scar 발췌, 1946흉터의 유래를 풀어 놓는 일탈을 단순한 긴장 고조로만 설명하지 않는 유명한 독해. ↩

  3. 3.

    Irene J. F. de Jong, Eurykleia and Odysseus’ Scar, CQ 35(2), 1985, pp.517–518. UvA 공개 사본 본문·주석 확인. ↩

  4. 4.

    Irene J. F. de Jong, Eurykleia and Odysseus’ Scar, The Classical Quarterly 35(2), 1985, pp.517–518. UvA 공개 사본에서 해당 논문의 본문·주석 확인. PDF 재배포 없이 원문 링크만 제공. ↩

  5. 5.

    Karin Kukkonen, “Plot” — the living handbook of narratology 플롯 연구의 개관. 프로프 1928, 브룩스 1984, 스턴버그·바로니의 논의를 확인. ↩

  6. 6.

    Raphaël Baroni, “Tension narrative et mise en intrigue” — RéNaF / Université de Lausanne 2025년 게시. 서스펜스·호기심·놀라움, 브룩스 1984의 지연과 욕망, Baroni 2007 p.131의 긴장 곡선 도판을 확인. ↩

  7. 7.

    Martin Esslin, The Theatre of the Absurd, The Tulane Drama Review 4(4), 1960, pp.3–151960년 논문과 1961년 동명 단행본의 맥락. 서지 및 공개된 해설 수준을 사용, 유료 논문 전체 열람을 전제하지 않았다. ↩

  8. 8.

    비평 개관·서지 보완Theatre of the Absurd, Wikipedia에슬린의 1961년 저작과 부조리극 범주를 확인하기 위한 보조 자료. 모든 부재 서사에 적용되는 단일 법칙이 아니다. ↩

  9. 9.

    J. R. R. Tolkien, On Fairy-Stories, Epilogue 발췌, University of Michigan1939년 강연·1947년 확장 출판. 유카타스트로피와 이야기의 전환이 주는 기쁨을 설명. ↩

  10. 10.

    J. R. R. Tolkien, On Fairy-Stories, 대학 교육용 재입력 PDF 12–15쪽의 위안·유카타스트로피·에필로그. 정본 판면과 다르며 해당 대목만 확인. PDF 재배포 없이 링크만 제공. ↩

  11. 11.

    Matthew Sharpe, IEP, Slavoj Žižek, 2b–2d·4c. 대타자·환상·향유의 개관. 이 글의 오공 독해는 별도 적용이며 지젝의 직접 발언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