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평범성과 무사유
악이 사소하다는 뜻이 아니다
악의 평범성은 홀로코스트의 악이 일상적이거나 가볍다는 뜻이 아니다. 엄청난 악행과 그것을 수행한 행위자의 언어·동기·사고가 놀라울 정도로 진부할 수 있다는 불균형을 가리킨다.
아이히만은 단순한 명령 복종자가 아니었다. 유대인 이송을 열성적으로 조직했고 자신의 행위를 관료적 과업과 출세의 언어로 정당화했다. 무사유는 지능 부족이나 신념 부재가 아니라, 자신의 말과 행위를 타인의 관점과 자기 자신의 내적 대화 앞에서 시험하지 않는 상태다.
근본악과의 관계
- 근본악: 전체주의가 인간을 불필요하게 만들고 자발성·복수성을 파괴하는 구조.
- 악의 평범성: 그 구조를 수행한 행위자의 판단·책임·언어의 실패.
둘은 단순히 교체된 개념이 아니라 서로 다른 분석 수준이다.
슈탕네트 이후
베티나 슈탕네트가 공개한 아르헨티나 시기 자료는 아이히만의 반유대주의적 이념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념적 확신과 사고의 진부함은 양립할 수 있다. 강한 이념이 자기 판단을 대신하는 완제품 언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밀그램과의 거리
밀그램 실험은 홀로코스트를 입증하지 않는다. 권위·과학적 목적과의 동일시·피해자와의 거리·실험의 신빙성을 분석하는 제한된 비교 사례로만 사용해야 한다.
질문
- 나는 규칙을 따르는가, 아니면 그 규칙의 결과를 판단하는가.
- 조직의 목표가 선하다고 믿는 순간 책임을 외부에 맡기고 있지 않은가.
- 진부한 언어가 타인의 고통을 내 현실에서 지우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