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사 법제 비교

요약

해외에도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허위조작정보 개정과 비교할 만한 법제는 있다. 다만 똑같은 법은 드물다. 각국은 허위정보 문제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다룬다.

한국 개정안은 다음 요소가 섞인 혼합형에 가깝다.

  • EU식 플랫폼 책임과 투명성 의무
  • 독일식 불법콘텐츠 신고·처리 집행
  • 프랑스식 선거·민주질서 보호 논리
  • 싱가포르식 허위정보 정정·차단 장치와의 비교 가능성
  • 영국식 플랫폼 안전 의무와 허위통신 범죄와의 부분적 유사성

하지만 가장 중요한 차이는 “누가 허위라고 판단하는가”다. 같은 허위정보 규제라도 EU는 절차·투명성 중심, 싱가포르는 정부 명령 중심, 미국은 표현의 자유 제약 때문에 포괄규제에 신중한 편이다.

비교표

지역/국가법/제도한국 개정안과 닮은 점핵심 차이
EUDigital Services Act대형 플랫폼 의무, 신고·조치, 투명성, 위험평가허위조작정보 자체를 한국처럼 민사책임 구조로 직접 정의하진 않음
독일NetzDG소셜네트워크의 불법콘텐츠 처리, 행정감독, 벌금형법상 불법콘텐츠 집행 강화 중심
프랑스2018 정보조작 대응법선거 허위정보, 플랫폼 투명성, 법원 긴급조치선거기간 중심
싱가포르POFMA허위정보 정정·차단·유통제한정부 명령 중심이 강함
영국Online Safety Act 2023플랫폼 안전 의무, 불법콘텐츠 대응, 허위통신 범죄플랫폼 안전법 중심, 허위정보 포괄법은 아님
미국포괄적 허위정보 규제는 약함명예훼손·사기·협박·선거법 등 개별 규제수정헌법 제1조와 Section 230 논쟁 때문에 포괄규제 제한적

1. EU — Digital Services Act, DSA

EU의 Digital Services Act는 한국 개정안의 플랫폼 책임 부분과 가장 잘 비교된다. DSA는 허위정보 자체를 하나의 범죄나 민사책임 대상으로 단순화하기보다, 온라인 플랫폼과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게 절차적 의무를 부과한다.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다.

  • 불법 콘텐츠 신고·처리 절차
  • 콘텐츠 조치에 대한 이의제기
  • 광고와 추천 시스템 투명성
  • 대형 온라인 플랫폼과 검색엔진의 시스템 위험 평가
  • 불법 콘텐츠, 허위정보, 선거·공중보건 위험 등에 대한 완화 조치
  • 투명성 보고서
  • 외부 감사

EU 공식 설명은 특히 very large online platforms와 very large online search engines가 매년 자기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시스템 위험을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 위험에는 불법 콘텐츠, 허위정보, 아동 보호, 선거·공중보건 위험 등이 포함된다.

한국 개정안과 닮은 점

  • 대규모 플랫폼을 별도로 본다.
  • 신고·처리·이의제기·투명성 같은 절차적 의무를 강조한다.
  • 플랫폼의 자율규제와 공적 감독이 함께 등장한다.

다른 점

EU DSA는 한국 개정안처럼 “허위조작정보”를 별도 정의하고, 그것을 손해배상·가중배상 구조로 직접 연결하는 방식은 아니다. 더 넓게 보면 DSA는 플랫폼 절차법에 가깝고, 한국 개정안은 여기에 민사책임과 과징금 장치가 더 직접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2. 독일 — NetzDG

독일의 Netzwerkdurchsetzungsgesetz, 보통 NetzDG라고 부르는 법은 소셜네트워크 사업자가 신고받은 불법 콘텐츠를 처리하도록 한 법으로 널리 알려졌다.

독일 법령 원문 기준으로 NetzDG는 rechtswidrige Inhalte, 즉 불법 콘텐츠를 형법상 특정 범죄 구성요건과 연결해 정의한다. 명예훼손, 모욕, 협박, 선동, 위조 관련 범죄 등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한국 개정안과 닮은 점

  • 소셜네트워크 또는 플랫폼 사업자의 신고·처리 의무를 강화한다.
  • 불법 콘텐츠 유통을 플랫폼 책임과 연결한다.
  • 행정감독과 과태료/벌금 구조가 존재한다.

다른 점

NetzDG는 기본적으로 이미 형법상 불법인 콘텐츠의 온라인 집행을 강화하는 법이다. 반면 한국 개정안은 “허위조작정보”라는 개념을 법률 안에 직접 도입하고, 손해배상·가중배상·플랫폼 의무·과징금을 함께 구성한다.

3. 프랑스 — 2018년 정보조작 대응법

프랑스에는 loi relative à la lutte contre la manipulation de l’information, 즉 정보조작 대응법으로 불리는 2018년 법이 있다.

프랑스 헌법위원회 설명 기준으로 핵심은 다음과 같다.

  • 선거 전 3개월 동안
  • 온라인 플랫폼 운영자에게 공적 관심사 정보 콘텐츠 홍보의 투명성 의무를 부과하고
  • 선거의 진정성, 즉 sincérité du scrutin을 해칠 수 있는 허위정보가 온라인 공중통신서비스에서 유통되는 경우
  • 긴급심리 절차를 통해 그 확산 중단을 구할 수 있게 한다.

한국 개정안과 닮은 점

  • 허위정보가 민주주의와 공적 질서에 미치는 피해를 문제 삼는다.
  • 플랫폼 투명성 의무가 있다.
  • 법원 또는 공적 절차를 통한 중단 장치가 있다.

다른 점

프랑스 법은 특히 선거기간에 초점이 강하다. 한국 개정안은 선거기간으로 한정하지 않고 정보통신망 일반의 허위조작정보 유통과 피해구제, 플랫폼 의무를 포괄한다.

4. 싱가포르 — POFMA

싱가포르의 Protection from Online Falsehoods and Manipulation Act, 즉 POFMA는 허위정보 규제법 가운데 강한 모델로 자주 비교된다.

싱가포르 POFMA Office 공식 설명에 따르면, POFMA의 기본 도구는 Correction Direction이다. 원 게시물을 반드시 삭제하게 하기보다는, 해당 게시물에 정부의 정정·해명 링크를 표시하도록 하는 방식이 기본이다. 더 심각한 경우에는 Stop Communication Direction이나 Disabling Direction도 가능하다.

POFMA Office는 명령이 가능한 조건으로 다음을 설명한다.

  1. 인터넷을 통해 싱가포르에서 허위 사실 진술이 전달되었거나 전달되고 있을 것
  2. 그 명령이 공익에 부합할 것

한국 개정안과 닮은 점

  • 허위정보를 별도 규제 대상으로 본다.
  • 온라인 유통을 문제 삼는다.
  • 정정, 중단, 차단 또는 유통 제한 장치가 있다.

다른 점

싱가포르는 정부 명령 중심이 강하다. 한국 개정안은 법원 판단, 손해배상, 플랫폼 신고·조치, 행정기관 과징금이 함께 결합된 혼합형이다.

쉽게 말하면 다음과 같다.

  • 싱가포르: 정부가 정정명령을 내리는 모델
  • 한국 개정안: 피해자 소송, 플랫폼 절차, 행정제재가 섞인 모델

5. 영국 — Online Safety Act 2023

영국의 Online Safety Act 2023은 온라인 플랫폼의 안전 의무를 강화한 법이다. 소셜미디어와 검색서비스에 대해 불법 콘텐츠 위험을 줄일 시스템·절차 의무, 아동에게 유해한 콘텐츠 대응, Ofcom 감독 등을 부과한다.

또한 영국 법률 원문에는 False communications offence 조항도 있다. Online Safety Act 2023 section 179 기준으로, 사람이 메시지를 보내고, 그 메시지가 자신이 허위임을 아는 정보를 전달하며, 수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사소하지 않은 심리적·신체적 위해를 끼칠 의도가 있고, 합리적 변명이 없을 때 범죄가 될 수 있다.

한국 개정안과 닮은 점

  • 플랫폼의 시스템·절차 책임을 다룬다.
  • 허위임을 아는 정보와 위해 의도 요건을 법적으로 다룬다.
  • 온라인 표현의 피해를 법제화한다.

다른 점

영국은 플랫폼 안전과 불법 콘텐츠 대응이 중심이고, 허위통신 범죄는 별도 형사범죄 조항으로 존재한다. 한국 개정안처럼 허위조작정보 정의, 민사 손해배상, 플랫폼 의무, 반복 유통 과징금을 하나로 묶는 구조와는 다르다.

6. 미국 — 포괄적 허위정보 규제에 신중한 모델

미국은 비교법적으로 오히려 반대 사례에 가깝다. 연방 차원에서 한국 개정안처럼 허위조작정보를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플랫폼·유포자에게 강한 책임을 부과하는 법은 제한적이다.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수정헌법 제1조의 강한 표현의 자유 보호
  • 정부가 허위정보의 판관이 되는 것에 대한 헌법적 경계
  • 명예훼손, 사기, 협박, 선거법 위반 등 개별 영역 규제 중심
  • 플랫폼 책임은 Section 230 논쟁과 별도로 다루어짐

미국식 접근은 허위정보가 덜 위험하다고 보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국가가 진실을 판정하는 권한을 갖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전통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국 개정안의 위치

한국 개정안은 단순히 “싱가포르식” 또는 “EU식”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가장 가까운 비교를 나누면 다음과 같다.

  • 플랫폼 절차·투명성: EU DSA와 유사
  • 신고받은 불법 콘텐츠 처리: 독일 NetzDG와 유사
  • 허위정보 직접 규제: 싱가포르 POFMA와 비교 가능
  • 선거·민주주의 질서 보호 논리: 프랑스 2018년 법과 비교 가능
  • 허위임을 아는 정보와 위해 의도: 영국 False communications offence와 부분적으로 비교 가능

한국 개정안의 특징은 이 요소들이 한 법 안에서 결합된다는 점이다.

쟁점별 비교

1. 판단 주체

  • EU: 플랫폼 절차와 규제기관 감독 중심
  • 독일: 형법상 불법성 + 플랫폼 조치 + 행정감독
  • 프랑스: 선거기간 법원 긴급심리
  • 싱가포르: 정부 명령 중심
  • 영국: 플랫폼 안전의무 + 형사범죄
  • 한국: 피해자 소송, 법원 판단, 플랫폼 조치, 행정 과징금 혼합

2. 표현의 자유 방어 장치

  • EU: 절차적 권리, 이의제기, 투명성, 감사
  • 프랑스: 선거의 진정성을 해칠 수 있는 경우 등 요건
  • 영국: 합리적 변명, 위해 의도 요건
  • 한국: 풍자·패러디 제외, 공익적 비판·감시 보호 장치

3. 플랫폼 부담

  • EU와 한국은 플랫폼 의무가 제도적으로 강하다.
  • 독일은 신고받은 불법 콘텐츠 처리에서 강한 집행 사례로 비교된다.
  • 싱가포르는 정부 명령 이행 구조가 강하다.

비판적 주석

허위정보 규제의 표면적 명령은 단순하다. “거짓을 막자.” 그러나 더 흥미로운 것은 그 반대편이다. 사람들은 왜 거짓을 싫어한다고 말하면서도, 자기 편의 거짓에는 그렇게 관대한가?

허위정보는 외부의 괴물이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가 이미 품고 있던 욕망의 모양을 하고 나타난다. 누군가는 분노하고 싶고, 누군가는 피해자가 되고 싶고, 누군가는 세계가 단순한 악당과 선한 우리로 나뉘어 있기를 바란다. 허위정보는 그 욕망에 문장을 붙여준다.

그래서 법은 필요하지만, 법만으로는 부족하다. 법은 거짓 정보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거짓을 믿고 싶어 하는 쾌락까지 제거하지는 못한다.

비교법적으로 보면 각국은 서로 다른 공포를 법제화한다.

  • EU는 플랫폼 권력의 불투명성을 두려워한다.
  • 독일은 불법 선동과 혐오의 역사적 반복을 두려워한다.
  • 프랑스는 선거의 진정성이 무너지는 순간을 두려워한다.
  • 싱가포르는 공익을 해치는 허위사실의 확산을 국가가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두려워한다.
  • 미국은 국가가 진실의 심판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 한국 개정안은 허위정보 피해와 플랫폼 방치를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표현위축 비판을 의식한다.

결국 이 문제는 “가짜뉴스를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민주주의가 어떤 종류의 위험을 더 견딜 수 있다고 보는가의 문제다.

출처와 참고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