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철
문학평론가. 이 노트에서는 한겨레 칼럼 「무정한 신 아래에서 사랑을 발명하다」와 단절과 사랑의 발명 - 혼잣말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 일의 맥락에서 기록한다.
기본 이력
2005년 계간 『문학동네』에 글을 발표하며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저작으로 『몰락의 에티카』, 『느낌의 공동체』, 『정확한 사랑의 실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등이 있다. YES24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저자 소개에 따르면 2014년 봄부터 2022년 여름까지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재직했고, 2022년 가을부터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비교문학 협동과정에 재직 중이다.
그 소개에서 제시된 관심사는 예술의 윤리적 역량, 윤리의 비평적 역량, 비평의 예술적 역량이다. 이 세 항목은 신형철을 읽을 때 거의 축처럼 작동한다. 작품을 윤리 교과서로 납작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작품이 인간을 윤리적으로 흔드는 힘을 끝까지 묻는 태도다.
왜 오래 인용될 인물인가
신형철이 오래 인용될 가능성이 큰 이유는 단순히 문장이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의 문장이 문학 작품을 생활 속 윤리의 언어로 번역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비평은 흔히 두 극단에 빠진다. 하나는 작품을 학술 용어 안에 가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작품을 감상적인 칭찬으로 녹여버리는 것이다. 신형철의 강점은 이 둘을 동시에 피하는 데 있다. 그는 작품의 형식과 문장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인간적 부담을 남기는지까지 끌고 간다.
그래서 그의 제목들은 단순한 제목을 넘어 작은 개념처럼 작동한다. 『느낌의 공동체』는 문학이 어떻게 감각의 공동체를 만드는지 묻게 하고, 『정확한 사랑의 실험』은 사랑을 막연한 정서가 아니라 읽기와 판단의 정확성 문제로 돌려놓으며,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그 실패를 공부해야 한다는 역설을 남긴다.
이런 문장은 오래 남는다. 왜냐하면 독자가 작품을 다 읽은 뒤에도, 작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손잡이가 되기 때문이다. 좋은 비평 문장은 작품을 대신하지 않는다. 작품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신형철의 많은 문장이 바로 그 방식으로 인용된다.
비평의 핵심 감각
- 정확성: 사랑, 슬픔, 윤리 같은 큰 단어를 대충 따뜻하게 쓰지 않는다. 감정의 이름을 붙이기 전에 그 감정이 어떤 장면과 문장 속에서 생겨났는지 따진다.
- 윤리성: 작품을 도덕 훈계로 환원하지 않지만, 작품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응답을 회피하지 않는다.
- 감각의 번역: 시와 소설, 영화의 장면을 독자의 생활 언어로 옮긴다. 이때 번역은 쉬운 요약이 아니라 더 오래 남는 질문의 형태가 된다.
- 슬픔에 대한 태도: 타인의 고통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그 한계를 핑계로 물러나지 않는다.
이 글과의 연결
한겨레 칼럼 「무정한 신 아래에서 사랑을 발명하다」에서 신형철은 이영광의 「사랑의 발명」을 랭보의 사랑의 재발명과 나란히 놓는다. 그러나 핵심은 재발명보다 발명 쪽으로 이동한다. 이미 있는 사랑의 제도를 새로 고치는 것이 아니라, 신도 세계도 응답하지 않는 자리에서 인간이 인간에게 처음으로 응답해야 하는 순간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독법은 울산지방법원 2019고합241 판결문의 마지막 문장과 강하게 붙는다. 판결문이 말하는 “혼잣말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 일”은 신형철식으로 읽으면 사랑의 가장 낮은 단계이자 가장 급한 발명이다. 사랑은 좋은 감정의 이름이 아니라, 타인의 말이 아무 데도 도착하지 않는 세계에서 임시로 만들어내야 하는 도착지다.
여기서 신형철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그는 시를 시 안에 가두지 않고, 판결문과 칼럼과 독자의 생활반경까지 건너오게 만드는 비평의 통로를 만든다. 이것이 바로 Passages적 비평이다. 작품 하나를 닫힌 방으로 두지 않고, 다른 언어와 삶의 장면으로 통과시키는 일.
연결되는 노트
주요 저작 메모
- 『몰락의 에티카』: 초기 비평의 윤리적 문제의식이 강하게 드러나는 책.
- 『느낌의 공동체』: 문학이 개인의 감상을 넘어 어떤 공동의 감각을 형성하는지 묻는 제목 자체가 하나의 비평 개념처럼 작동한다.
- 『정확한 사랑의 실험』: 영화와 사랑을 연결하되, 사랑을 낭만적 흐림이 아니라 정확성의 문제로 읽는다.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려는 시도와 그 불가능성의 긴장을 붙든다.
출처와 참고 URL
- 신형철, 「무정한 신 아래에서 사랑을 발명하다」, 한겨레, 2016-08-12.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756477.html
- YES24,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도서 정보와 저자 소개. https://www.yes24.com/Product/Goods/64431016